“어처구니가 없다.”
일상에서 황당한 일을 겪을 때, 혹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표현을 쓴다.
하지만 막상 “어처구니가 뭐야?”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는 어렵다.
이 관용어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과거 생활문화와 언어가 결합된 말이기 때문이다.

‘어처구니’는 실제로 존재했던 물건이다
‘어처구니’는 원래 '맷돌의 손잡이(축)'를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다.
맷돌은 곡식을 갈기 위해 윗돌과 아랫돌을 맞물려 돌리는 도구인데, 이때 돌을 제대로 돌리기 위해 꼭 필요한 부속이 바로 어처구니였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 맷돌은 있지만
- 돌릴 수 없고
-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
즉,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핵심이 빠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처구니 없다’는 이런 의미가 되었다
이 물리적인 상태에서 표현이 확장되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다음과 같은 뜻으로 굳어졌다.
✔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을 때
✔ 너무 황당해서 이해조차 되지 않을 때
✔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빠져 있는 상황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설명은 거창한데, 내용은 하나도 없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연히 준비돼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비슷한 표현들과의 미묘한 차이
‘어처구니 없다’는 비슷한 말들과 비교해 보면 뉘앙스가 더 분명해진다.
| 비슷한 표현 | 느낌(뉘앙스) |
| 황당하다 | 놀람 중심 |
| 기가 막히다 | 감정적 분노 포함 |
| 말도 안 된다 | 논리적 부정 |
| 어처구니 없다 | 구조 자체가 빠진 느낌 |
그래서 이 표현은 논리·상식·기본이 무너진 상황에 특히 잘 어울린다.
왜 지금도 이 표현이 살아 있을까?
이 관용어가 오래도록 살아남은 이유는 명확하다.
- 상황을 짧고 정확하게 요약해 주고
-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 듣는 사람에게 장면이 바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맷돌은 사라졌지만,
“핵심이 빠진 상태의 허탈함”은 여전히 우리 일상에 존재한다.
그래서 ‘어처구니 없다’는 지금도 유효한 말이다.
말의 뿌리를 알면 표현이 더 정확해진다
우리는 무심코 말을 쓰지만,
그 말의 뿌리를 알게 되는 순간 표현은 더 단단해진다.
‘어처구니 없다’는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있어야 할 것이 빠져버린 상황”을 지적하는 언어적 판단이다.
앞으로 이 말을 쓸 때,
한 번쯤 맷돌이 헛도는 모습을 떠올려 보아도 좋겠다.
'UNIVERSE&우리동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울 북촌을 중심으로 걷는 인문학 (0) | 2026.01.11 |
|---|---|
| 사찰 건축에 담긴 철학; 일주문(一柱門) (1) | 2026.01.09 |
| 사찰 앞에 남은 두 개의 돌기둥, 당간지주가 말해주는 역사 (2) | 2025.12.24 |
| 야단법석의 의미와 유래, 그리고 한국에서 만나는 야외 법회의 공간 (1) | 2025.12.23 |
| 겨울의 가장 긴 밤, 왜 우리는 팥죽을 끓였을까? (0) | 202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