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의 작은 도시 사라예보에서 울린 두 발의 총성은 그 순간만 놓고 보면 지역적 정치 폭력 사건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이 총성은 불과 몇 주 만에 유럽 전역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였고, 결국 인류 최초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흔히 이 사건은 ‘사라예보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이라는 단순한 원인으로 요약되지만, 역사적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이 글은 암살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왜 발칸반도가 그와 같은 폭발점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민족주의와 제국 질서의 충돌이 어떻게 전쟁을 불러왔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발칸반도: 유럽의 변방이자 화약고발칸반도는 오랫동안 ‘유럽의 화약고’라는 별명을 가져왔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동유럽과 남유럽, 서유럽을 잇는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