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부자

[파두 거래 정지 연장] 주주를 묶어두고 보호를 말할 수 있는가

은하수카페 2026. 1. 16. 13:26

파두 거래 정지가 던진 자본시장 근본 질문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FADU, 440110)'는 최근 203억 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공시했다. 창사 이래 최대 계약이자, AI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세가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제 매출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거래소의 거래 정지 조치로 인해, 기업의 가치가 가격으로 평가될 기회 자체가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이 조치의 목적을 ‘투자자 보호’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들여다보면, 보호의 초점은 이미 주식을 보유한 현재 주주가 아니라,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잠재적 투자자에게 맞춰져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주주를 묶어두는 보호는 과연 보호인가.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그러나 보호의 대상은 바뀌었다

거래 정지는 자본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 중 하나다. 매매를 중단시키고, 가격 형성을 멈추며, 주주의 재산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 정지는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정보 비대칭이 극단적으로 심각하고, 시장 질서를 즉각 훼손할 위험이 명백할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파두 사례에서 거래 정지의 실질적 효과는 다르다.

  • 기존 주주는 매도도, 추가 매수도, 보유 판단도 할 수 없다.
  • 기업은 시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거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상실한다.
  • 반면 잠재적 투자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보호의 비용이 이미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투입한 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이 오히려 보호의 우선순위를 뒤바꾸고 있는 셈이다.


의혹 단계에서의 장기 거래 정지는 비례 원칙을 위반한다

거래소는 거래 정지가 징벌이 아니라 예방적 조치라고 말한다. 원칙적으로 맞는 설명이다. 그러나 예방적 조치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과 비례성이 요구된다.

현재 파두 사안은 확정된 불법 행위가 아니라, 상장 과정과 실적 공시에 대한 의혹 검증 단계에 있다. 이 단계에서 거래 정지를 장기화하는 것은, 사실상 시장을 봉쇄한 채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선택이다. 문제는 그 기다림의 비용을 누가 치르느냐다.

정보 공시 강화, 투자 위험 고지 명문화, 관리종목 지정, 단계적 거래 재개 등 중간적 수단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가장 강력한 수단이 장기간 유지된다면, 이는 예방을 넘어 사전 제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주주는 제도 실패의 보험 가입자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투자자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주장이다. 투자자가 감수한 것은 기술 기업 특유의 사업 리스크다.
상장 심사의 적정성, 공시 검증의 실패, 제도 설계의 미비까지 떠안겠다는 동의는 아니다.

만약 제도적 불확실성의 비용이 반복적으로 주주에게만 귀속된다면, 이는 자본시장의 책임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음을 의미한다. 거래소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시장 질서를 관리하는 자율규제 기관이다. 그렇다면 그 권한 행사는 언제나 시장 기능의 회복을 전제로 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가 남긴 분명한 기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라는 중대한 사안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단기간 내 거래가 재개됐다. 당시 거래소는 산업적 중요성과 주주의 매매 기회 박탈을 핵심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두 사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건의 성격보다 판단 기준의 일관성이다.
과거에는 주주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고려됐다면, 현재는 잠재적 투자자 보호가 우선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만약 기준이 달라졌다면, 그 변경된 원칙은 시장에 명확히 설명돼야 한다.

설명 없는 기준 변화는 곧 규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시장 신뢰를 약화시킨다.


신중함과 지연은 다르다

거래소의 태도는 신중함일 수 있다. 그러나 신중함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누적된다. 거래 정지가 유지되는 동안

  • 주주는 자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 기업은 시장을 통한 검증 기회를 잃으며
  •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할 기회 자체를 상실한다.

자본시장은 완벽한 정보 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가격 발견 기능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소의 역할은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시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기준과 일정, 판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주 보호의 해답은 거래 정지의 신속한 해지다

파두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보호’라는 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는 사례다. 다수의 주주가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면죄부가 아니다.
자신의 자산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되고 있는지 알 권리, 그리고 그 평가를 시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거래의 자유다.

과도한 격리 보호는 보호가 아니다.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거래 환경, 예측 가능한 규제, 그리고 주주 권리를 중심에 둔 판단. 그 관점에서 본다면, 거래 정지를 장기화하는 것보다 신속히 해지하고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주주 보호에 부합한다.

이제 거래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주주를 보호하고 있는가, 아니면 보호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멈추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