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여운을 완성해 준 한 그릇의 진심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단연 ‘맛집’이다. 여행지의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식사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날의 기억은 어딘가 아쉽게 남기 마련이다. 특히 가족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맛있는 한 끼는 여행의 만족도를 배로 끌어올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밝게 만든다. 그래서 이번 철원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공을 들인 것도 바로 점심 식사였다.
나는 평소 면 요리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국수, 라면, 파스타 가릴 것 없이 웬만한 면 요리는 모두 즐긴다. 그런 나에게 ‘고기국수’는 제주도 여행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음식이었다. 처음엔 고기국수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기름지고 느끼한 이미지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아내의 강력한 추천으로 유명한 고기국수 집을 찾았고,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깊고 진한 고기 육수와 국수 면의 조화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다만 고기 특유의 비릿함과 느끼함이 남아 있어 자주 찾게 되는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번 철원 여행은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일정이었다. 철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넓게 펼쳐진 철원평야와 철원오대쌀이다. 여행 코스를 고민하던 중, 철원평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소이산 모노레일’을 알게 되었고, 미리 네이버를 통해 예약을 마친 뒤 철원으로 향했다. 소이산 모노레일은 철원역사문화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노레일에 탑승해 약 13분 정도 이동하니 소이산 8부 능선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다시 10분 정도 걸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도착한 순간, 말 그대로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가을 수확철을 맞은 철원평야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너머로 평강고원과 북한 들녘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동해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던 넓은 수평선을 이곳에서는 지평선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물론 아내 역시 연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고, 여행지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충분히 풍경을 즐긴 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미리 알아두었던 맛집 ‘채반’으로 향했다. 채반은 철원 동송시장 공영주차장 근처에 위치해 있어 주차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국수 전문점이라는 생각이 무색할 만큼 아기자기한 소품과 정갈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소박하면서도 정성스럽게 꾸며진 공간이 첫인상부터 호감을 주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는 대기 손님이 있었다. 면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기다림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약 20분 정도 기다린 뒤 자리에 안내받았고, 테이블 수는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본 뒤 고기국수, 잔치국수, 비빔국수, 그리고 고기덮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모두 1만 원 이하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고기국수는 기존에 알고 있던 고기국수와는 확연히 달랐다. 국물 위에 검은색의 기름이 살짝 더해져 있었는데, 주인장은 이 기름을 잘 섞어 먹으면 훨씬 풍미가 살아난다고 설명해 주었다. 한 숟가락 국물을 떠먹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국물은 진하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았고, 고기의 잡내나 비릿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깊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주문한 고기덮밥 역시 인상적이었다. 일본식 덮밥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로, 불맛이 살아 있는 돼지고기와 파의 은은한 매콤함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담백하면서도 고기의 풍미는 확실했고, 돼지기름 특유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조화가 돋보였다. 고기국수와 고기덮밥 중 하나라도 먹지 않고 나왔다면 분명 후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찬은 배추김치와 무절임으로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오히려 메인 메뉴에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제주도에서 맛봤던 고기국수보다 철원 ‘채반’의 고기국수가 훨씬 인상 깊었다. 고기국수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완전히 깨준 곳이었고, 철원 여행의 마지막을 완벽하게 장식해 준 한 끼였다. 철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동송에서 제대로 된 고기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은 충분히 추천할 만한 선택지다.
- 상호명 : 채반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동송읍 금학로210번길 7-14
-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30분
- 휴무일 : 매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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